집값을 잡는 또 다른 방법: 이동의 혁신
부동산 규제만이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. 유동성의 방향을 바꾸는 정책적 상상.
집값의 본질은 무엇일까?
집값을 잡는 방법은 '부동산 규제'를 더 세게 거는 것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.
저는 요즘 집값을 이렇게 생각해요.
집값은 '집'의 가격이라기보다, 사람과 돈이 몰리는 경로의 가격일 수 있다고요.
정책이 만드는 유동성의 방향
지금 한국의 정책을 보면, 사실상 집값 하방을 방어하기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'주거' 쪽으로 계속 흘려보내고 있습니다.
디딤돌, 생애최초, 전세대출, 각종 보증, 임대주택, 행복주택…
이 제도들은 형태는 달라도 하는 일이 비슷해요. 주거로 돈이 흐르게 만드는 것.
그래서 집값은 "집이 좋아서"만 오르는 게 아니라, 돈이 모이기 쉬운 구조라서 오르기도 합니다.
일자리와 이동의 축
그리고 또 하나의 축이 있죠. 일자리의 위치.
사람은 결국 일자리로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. 출퇴근이 쉬운 곳, 직장이 가까운 곳으로요.
그래서 집값은 "얼마나 살기 좋냐" 못지않게 "얼마나 빨리 이동할 수 있냐"에 의해 결정됩니다.
정책이 만드는 '유동성의 방향'을 바꿔버릴 수는 없을까?
새로운 상상: 이동권 보장 정책
제가 상상해본 방향은 이겁니다.
부동산으로 들어가던 정책자금의 일부를, 신혼·청년이 집을 구하는 대신 '이동권'을 사는 데 지원해주는 거예요.
정확히는 자율주행차 보급에 강하게 투자하는 방식입니다.
전제 조건
여기서 말하는 자율주행은 지금의 감독형이 아니라, 레벨 4~5처럼 비상 상황에서도 운전자 개입 없이 시스템이 모든 제어를 책임지는 수준이 상용화되고 규제를 통과했다는 전제입니다.
문화가 바뀐다
이게 가능해지면 문화가 바뀝니다.
지옥철에서 1시간 버티는 출퇴근이 아니라, 차 안에서 쉬거나 잠을 자면서 출근하는 시대가 오죠.
그러면 더 이상 "서울 접근성" 하나 때문에 특정 지역의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않아도 됩니다.
거리만 괜찮다면, 각자 상황에 맞는 지역에서 집을 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지니까요.
주말도 바뀝니다.
운전이 노동이 아니라 휴식이 되면, 장거리였던 지역들도 갑자기 '가까운 곳'이 됩니다.
이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.
복지의 지역 격차 해소
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.
지금은 대중교통 복지가 서울에 몰려 있다는 말이 많죠.
그런데 이동수단 자체를 복지로 더 강하게 보급하면, 지역에 따라 체감 복지가 갈리는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습니다.
반론에 대한 생각
물론 반론도 있습니다.
차가 늘어나면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겠죠.
그런데 한 번 편해진 이동을 사람들이 다시 포기하고 대중교통으로 돌아갈까요?
오히려 기업 입지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.
대중교통 의존이 줄면, 역세권에 갇힐 이유가 줄고 병목이 덜한 외곽으로 빠지는 게 직원 만족도 측면에서 더 유리해질 수도 있으니까요.
계속 부동산만 규제해서 반감을 사기보다,
규제를 풀고 기술을 키워서 유동성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어보는 정책도
한 번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.
숫자로 보는 가능성
한 가구당 작게는 1~2억씩 주거 정책자금이 들어간다면,
그 일부만 떼서 5~10가구에게 자율주행 이동권을 만들어주는 게
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람의 삶의 선택지를 늘릴 수도 있어요.
집값을 넘어서: 새로운 경제 구조
그리고 이건 집값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.
자율주행이 완성되면, 차는 '소유'가 아니라 '생산수단'이 될 수도 있어요.
내가 사용하지 않을 때 차를 대여/공유 모드로 돌려서 수익을 만들면, 기본소득과도 연결될 여지가 생기죠.
택시, 배송, 배달 같은 노동의 구조도 바뀔 겁니다.
상상해보는 일상
상상해보면 이런 장면도 가능해요.
- 퇴근 전에 음식 주문해두면, 가게가 조리해서 내 차에 실어놓고 내가 회사에서 나오면 차가 그걸 가지고 나를 기다리는 것
- 새벽에 물건을 받아야 하면, 자기 전에 "가서 받아와"라고 명령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만 하면 되는 것
- 다른 사람 물건을 대신 배송해주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
결론
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예요.
집값을 잡는 방법이 꼭 "집을 규제하는 방식"만은 아닐 수 있다.
이동의 비용과 시간을 혁신하면,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곳의 지도가 바뀌고, 그 순간 집값의 구조도 바뀐다.